경주의 문화 인프라를 구축한다며 민자유치(BTL)사업으로 건립한 경주 예술의전당을 경주시민들은 이른바 ‘혈세 먹는 하마’로 부른다. 지난 2010년 준공한 경주 예술의 전당은 임대형 민자사업이다. 삼성 건설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인 경주문예회관운영(주)가 총 710여억 원을 들여 건립한 후 지난 2011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20년 동안 경주시가 시설 임대료와 운영비를 사업자에게 1천680억 원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결국 710여억 원을 들인 건물을 시설 임대료를 포함해 건축 비용의 3배 가까운 돈을 갚고 있는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700억을 투자해 경주시가 직접 건립했다면 1천억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공식이 나온다. 경주시는 임대료 1천215억 원, 운영비 334억 원, 충당금 81억 원을 지급하고 있다, 전기료, 가스료, 상하수도 요금 등 연간 5억 원은 별도다. 그런데 경주시의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연 수입과 대관 수입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러니 시민들은 ‘혈세 먹는 하마’로 부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경주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예술의전당에 개인 사업자가 입주해 있던 부대 시설을 전부 계약 해지했거나 시키고 있다. 2층과 5층에 입점해 있던 카페는 계약 종료를 이유로 퇴거시켰으며, 어린이 장난감 대여소도 퇴거시키고 문화재단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지하 뷔페식당도 내년 1월 계약 해지를 앞두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경주시민의 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건립된 건물이다. 연간 80억 원이상의 돈을 지급하고 있지만 관계자 누구 하나 적자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공연 수입과 대관 수입으로 적자를 메우지 못한다면 부대 시설 임대료라도 수입으로 발생시켜야 하는 것이 경영의 기본이다.
또 공연 관람을 위해 예술의전당을 찾는 관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나, 가벼운 식사라도 할 수 있는 식당은 관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이지만 경주시는 모든 입주 부대 시설을 퇴거시키고 건물 전체를 텅 비워놓은 것이다. 도대체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지금보다 더 수익이 좋은 사업이나 사업자를 유치해 적자 폭을 줄여 ‘혈세 먹는 하마’를 ‘살찌우는 하마’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면 쌍수를 들어 반길 일이다. 그러나 또다시 식당과 카페를 유치할 계획으로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경주 예술의전당 건축물은 경주의 랜드마크라고 자랑해 왔다. 그런 예술의전당이 지금은 오후 6시만 되어도 암흑으로 뒤 덥힌다. 경주의 랜드마크가 암흑천지로 변한 것이다. 특히 공연이 없는 날은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음산한 기운까지 느낄 지경이다. 예술의전당 공연과 대관 운영을 맡고 있는 경주 문화재단은 양질의 수준 높은 공연 유치와 대관 업무에 충실해 혈세를 줄일 수 있는 방법과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전체 건물을 자신들의 소유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카페와 식당 등 최소한의 부대 시설은 양성화시켜 예술의전당을 찾는 예술인들과 관람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함과 동시에 임대 수익으로 적자 폭을 줄이는데 이바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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