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장 참 바쁘다. 특히 내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예산확보에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국제적인 국가행사를 경주에서 치르게 되면서 경주시장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낙영 시장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방문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APEC 정상회의 관련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토요일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주 시장은 여독도 풀리기 전 국회를 찾아 예산 마련을 위해 국회의원들께 읍소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국회를 찾은 주 시장은 서일준(경남 거제), 임미애(비례대표), 조승환(부산 중구영도), 김승수(대구 북구을), 임종득(경북 영주·영양·봉화) 의원 등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위원 5명을 차례로 만나 APEC 필수사업과 지역 현안 사업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했다고 한다.
APEC 정상회의를 1년여 앞두고 개최 도시가 선정됨으로써 예산확보의 시간적 여유가 없어 더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또 정상들을 모실 기반 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수적인 요건이다. 정부는 유치도시 선정만 해놓고 돈에서는 굉장히 인색해 정상회의를 치러야 하는 경주시장은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일 것이다.
특히 인천과 제주 등 APEC 정상회의 분산 개최로 반쪽 유치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예산마저 시원하게 밀어주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회의의 성패에 대한 책임은 그대로 경주시에 전가하는 것이다. 주낙영 시장은 이날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경주시가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APEC 정상회의 관련 사업 4건과 경주읍성 복원 등 18개 지역 핵심 사업에 대한 내년도 국비 868억 원을 건의했다고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21개국 정상들이 경주에 집결하게 되는데 그들이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끼게 되거나 국가적인 이미지가 실추하게 되면 돈을 안 준 정부는 책임 소재에서 빠져나가고 모든 책임은 개최 도시인 경주시가 지게 된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러니 경주시장이 밤잠을 제대로 잘 수가 있겠는가. 머릿속에는 온통 예산확보로 가득차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돈이 있어야 길을 만들고, 넓히고, 아름다운 경관을 꾸며 세계만방에 경주를 알릴 것이 아닌가. 따라서 국격도 높아지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가 없듯이 돈이 안 드는 기반 시설 확충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멍석을 깔아줘야 재주를 부릴 것이 아닌가. 돌 자갈밭에서 재주를 부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APEC 정상회의의 시너지 효과는 후의 일이고, 당장 눈앞에 닥친 행사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인데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니 주낙영 경주시장이 국회로 국회로 출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밤잠을 설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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