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될까. 잘라 말하면 가능성이 높다. APEC 개최 도시 선정위원회 현장실사단이 지난달 20일 경주 현장실사를 통해 ‘매우 만족’한다는 시그널을 주고갔다. 주 회의장과 숙박, 교통, 경호, 안전 등 정상회의를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 현장실사에서 지적이나 부정적 평가를 받은 곳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선정 발표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인구 25만 중소도시에서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이 충분히 엿 보인다. 이날 외교부, 개최 도시 선정위원, 행정안전부, 대통령경호처 등 정부 부처 관계자와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 단 실무진으로 구성된 실사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의 정체성, 지방시대 균형발전 실현, 준비된 국제회의도시로서 풍부한 경험과 역량, 정상 경호와 안전 안심 도시 등에 매우 만족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주유치 가능성에 한발 다가갔다는 평가다. 경주는 인구 25만의 중소도시다. 경쟁 도시인 인천과 제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도시다. 그러나 시민들의 유치 염원과 개최 도시로서 갖춰야 할 조건과 여건은 인천과 제주 등 경쟁 도시들보다 월등히 앞선다. 인천광역시 인구는 300만 명에 가깝다. 제주도는 70만 명이다. 인천은 인구가 많은 만큼 도시 전체가 산만하다. 급변하는 산업화와 발 디딜 틈 없는 인구밀도로 자칫 세계 정상들의 안전을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 회의장과 정상들이 묵을 숙소 등에 따른 정상들의 동선이 노출될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시민들의 유치 염원 또한 경주와 비교된다. 한마디로 인천 시민들은 APEC 유치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따라 이주한 시민들이 APEC 유치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휴양 도시로서는 제주도가 경주보다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상업에 물든 제주도민들은 도시의 발전과 이미지 제고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또 도민들의 유치 염원도 대동단결이 결여돼 있다. 마찬가지로 원주민들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육지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들어간 상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제주도의 발전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주는 다르다. 경주는 2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시민 대부분이 2천 년 전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정기를 고스란히 받은 한 핏줄이다. 일사불란하며, 어떤 공식적인 어젠다가 발생하면 똘똘뭉쳐 대동단결해 목적을 달성하는 시민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주는 역사문화관광 도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 정상들이 경주에 머물며 회의는 물론 한국의 근·현대 산업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포항, 울산, 구미가 그것이다. 주 회의장과 숙소 등이 3Km 이내에서 다 이뤄진다. 보문호수를 중심으로 정상들의 경호 또한 용이하다.
이제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 선정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경주발전을 수십 년 앞당길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모든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개최 도시는 분명히 경주다. 지난 태권도 공원 같은 그런 비극을 다시는 맞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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