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황성신문 | ‘잡은 물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여러 상황에서 관용구로 쓰이지만 주로 이성 관계에서 곧잘 등장하는 관용구로 적극적인 구애 끝에 원하는 결과를 얻은 후에는 돌변하는 태도를 빗대 사용되는 비유적 표현이다.
한마디로 목적을 달성했을 때 괜한 헛수고를 할 필요가 없음을 이를 때 줄곧 쓰는 말이다.
신규 기업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경주시의 기업 유치 정책이 그러하다.
기업 유치를 위해 조성된 경주지역 내 크고 작은 산업단지 30곳 가운데 16곳이 저마다 각가지 이유로 준공을 못하고 있다.
게다가 10년 이상 미준공 된 산업단지도 8곳에 이른다. 이곳 입주기업들은 토지소유권이 나눠져 있어 금융권 대출 등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경주시는 강동면 왕신리 일원에 99만 1631㎡ 규모로 조성된 강동일반산단이 오랜 기간 미준공 상태로 민원이 급증하자 구역별 부분 준공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산업단지계획을 승인받은 후 13년 동안 미준공 상태로 있던 강동일반산단 입주기업들이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호소함에 따른 해결 방안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러자 경주시는 우선 장기 미준공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적극 행정을 통해 적절한 해결 방안을 마련해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고 나섰지만, 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임시방편 같은 조치가 아니라 경주시의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전략과 규제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입주 전에는 각가지 선심성 정책만을 내세워 홍보하다가 막상 입주 후에는 거미줄 같은 복잡한 규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면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였다”고 볼멘소리를 전했다.
지금 각 지자체는 기업 유치를 위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 유치가 곧 인구 유입과 세수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곧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업 유치에 무관심했던 지자체들도 최근 차별성 있는 전략과 유인 정책을 내세우면서 앞다퉈 기업 모시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잡은 물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라는 식의 얄팍한 상술로는 타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도 없을뿐더러 기존 기업의 이탈을 막기도 힘들다. 기존 기업의 이탈마저 발생한다면 그 손실은 예상보다 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이제는 이미 잡은 물고기에도 먹이를 줘보는 것이 어떨까?
새로운 물고기, 신규 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준공까지 살피고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기존 기업이 경쟁력을 키워 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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