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이 연일 쏟아지던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비극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족과 동료 교사들은 고인이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교육계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권 붕괴를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한편에선 그동안 고인과 같은 처지에서 고통 받았던 교사들의 참았던 분노가 터져나오면서 이 사건이 ‘교권침해 미투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부도 '학생인권조례' 책임론을 꺼내들고 교권 추락의 시작은 학교나 교실이 아니라 ‘학생인권조례’라는 제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교육계의 주장대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 침해 사례가 늘어난 게 사실일까?
교육부에 따르면 2019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지난 4년간 전국 17개 시·도에서 발생한 교육 활동 침해 사례는 모두 916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교권 침해 주체가 학생인 경우가 92.2%(8447건)에 달해 이는 학생인권조례로 학생인권만 강조되면서 되레 교권침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조례는 “학생 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2010년부터 경기도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면서 전국 6개 광역시도로 확대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생활의 자유’ ‘휴식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을 내세우며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나 생활지도에 필요한 최소한의 훈육도 할 수 없게 손발을 묶고 학생과 학부모가 교권을 침해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국민학교’ 세대이다. 당시의 대한민국은 가난했어도 자식이 공공장소에서 작은 잘못을 하면 “아저씨가 이놈 한다”고 하면서 자식에게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예의범절을 가르쳤던 그런 사회였다.
그러나 이제는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며 큰소리로 울거나 뛰어다니면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다 지적을 받으면 “왜 우리 애를 나무라냐?”고 되레 항의를 하는 그런 사회가 되 버렸다.
언제부턴가 ‘내 자식’에 몰입한 일부 비상식적인 학부모들이 '학부모'라는 입장을 특권처럼 내세워 상대방의 이권을 강탈해 주변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사례를 우리는 흔히 접할 수 있다.
학교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을 배우는 곳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텨뷰를 통해 “무너진 교권의 회복 없이는 공교육 정상화도 어렵다는 인식을 교육부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따라서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교권이 무너지면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되고 이는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넓은 의미의 교권은 교육권(敎育權)을 의미한다. 이 말은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을 할 권리를 모두 포괄한다. 즉 교육권으로서의 교권에는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권, 교사의 교육권, 학교 설립자의 교육 관리권, 그리고 국가의 교육 감독권을 모두 포함한다. 때문에 ‘교권붕괴’는 모든 구성원들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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